잃어버린 노트

여기에 올라온 글들은 제가 쓴 글이 아닙니다.
저는 창고겸 사무실을 구했는데, 듣자하니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도망치듯 떠났다는 전 세입자가 두고 간 짐에서 노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 글들은 저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재미도 있어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글이 픽션인지 아닌지 저로썬 정확히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판단해주시길 바랍니다. 그저 재미가 있어서 올리니 재미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남자가 이 글들을 적은 이유라고 보이는 글은 아래에 있습니다.

글의 주인에 대해서

인간만도 못한 놈

“아니 어떻게 그냥 잠만 잘 수 있는거지?” 그녀는 신기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억양으로 비추어 봤을 때 분명히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는 뜻으로 비춰졌다. 지켜줘서 고맙다는 뉘앙스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와 정반대의 억양이 분명했다. 놀라웠다. 나에게 사랑이란 지켜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이렇게 취할 때면 남자가 덮치는 게 당연하거나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항시… Continue reading

바바리맨의 사랑

짝사랑하던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나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다. 수많은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른 남자에게로 가버렸다. ㅅㅂ 그리고 몇년 뒤 스스로 나를 찾아왔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나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했다. 한참 술을 먹은 뒤 그녀는 결혼이야기를 꺼냈다. 나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게도 바래왔던 그 순간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 나는 그녀에게 어떠한 답도… Continue reading

2021년 9월 1일

근처 부동산 사장님과 담배를 피며 대화를 한다. 들어도 아무 도움되지 않는 쓸데없는 얘기부터 시작해 어느덧 도움되는 이야기로 흘러간다. 돈에 대한 이야기다. 주변에 아는 사람들 돈 버는 이야기를 서로 지지 않고 주거니 받거니 내놓는다. 우리 둘다 실패한 유튜브까지 이어진다. 대형 유튜버들 그리고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성공한 유튜버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 역시 연예계… Continue reading

엑스퍼트

한 육아전문 의사가 있는데 매주 유명 브랜드 그것도 가장 고가의 옷을 새로 바꿔 입고 티비에 등장한다. 그는 시간당 60만원의 상담료를 받는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상담료다. 나는 이 전문가가 싫다. 나의 아내가 이 전문가를 좋은 사람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의 프로필을 살펴보니 박사도 따고 의사였다. 공부를 했다고는 하나 나는 인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자식을 한명 밖에 기르지… Continue reading

똑똑한 남자

친구가 이런 사업 아이템은 어떤지 물어본다. 친구와 나는 대등한 관계였다. 그러나 이 친구가 나에게 질문을 하는 동시에 정치인들이 당선되고 나면 주민들에게 하는 행동처럼 고개가 뻣뻣해진다. 이는 그가 도무지 예상하지 못한 앞날에 대한 예상들을 나에게 질문함으로써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했고 자신보다 내가 더 올바른 의견을 더 갖고 있다는 것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의 아이템에 동조를 한다면… Continue reading

그녀는 웃지 않는다.

사무실 앞 작은 계단이 있는데 거기엔 인조 잔디가 깔려 있어. 사람 하나가 잠시 앉을 만한 매력을 갖고 있지. 그런데 어느 날 거기에 담배빵이 크게 3개나 있는 거야. 나는 분노가 치밀었어. 그 범인을 잡고 싶었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 대신 나의 분노를 표출할 방안을 찾았고, 그것은 A4 용지에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모든 것을 배상하라는 문구와… Continue reading

기생충

넷플릭스를 결제한다. 기생충을 본다. 영화를 다 본 아내는 찝찝하다고 한다. “왜 찝찝해?” “그냥 불쾌한 건 아니고, 찝찝하네.” 나도 기분이 찝찝하다. 부자들은 가난한 자들이 호주머니를 까서 보여주면 바지까지 빼앗는다. 돼지새끼도 가리는 음식이 있는데 이 새끼들은 쳐먹기만 한다. 똥을 싸질 않으니 탈이 나게 된다. 천박한 팬티, 무말랭이 말리는 냄새가 나는 옷까지도 탐한다. 하녀라는 영화에서는 이정재가 기품있고 고결한… Continue reading

8월 16일

일이 끊겼다. 돈도 없다. 이런 상황을 바랬는지도 모른다. 덮쳐오는 불안감에서 탈출하고 솟아오르는 쾌감을 즐기는 방법은 자위다. 한번 하고 나면 불안은 사라지고 쾌감의 여운만 남는다. 밤 늦은 시간일수록 이 방법은 더욱 효과적이다. 한번 싸고 나면 더 잠이 잘 오기 마련이다. 효과가 없진 않지만, 부족하다면 3번, 4번 더하면 반드시 효과는 있을 수밖에 없다. 모든 기운을 빼고 나면… Continue reading

8월 14일

오전. 일을 한다. 오후가 되자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서 논다. 에너지가 빠져 나간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 밤 12시가 된다. 억지로 아이를 재운다. 아이가 자다가 코피를 흘리며 일어난다. 못먹어서 그런가 했는데, 다행히 코를 파다 코피가 난 듯하다. 몸을 씻겨준다. 이제 남은 건 책임과 의무 뿐이다. 책임을 다한지도 40년이 넘었는데 책임은 점점 늘어나기만 한다. 반쯤 썩은…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