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비가 툭툭 떨어진다.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온다는 표시가 없다. 출발하려니 비바람이 몰아친다. 우산을 쓰고 걸어간다. 갑자기 폭우가 내린다. 우산에서는 비가 샌다. 어깨에 매는 작은 소지품들을 넣는 가방이 걱정된다. 바람이 강해져 우산을 꼭 잡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다. 비바람 속에서 남자가 뛰어와 “저기~ 전철 역까지만” 고개를 돌려버린다. 모르는 사람이 중요하지도 않은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Continue reading

잠깐 내가 미쳤었다

어디든 규칙은 있는 셈이다. 빨간 불이 켜져있는 그곳에서도 마찬가지다. 가게 밖으로 한 발이라도 디뎠다가는 큰 일이 나는지 발은 가게 안쪽, 상체는 밖으로 나와 들어오라고 한다. 여기만큼 나를 반기는 곳은 없다. 개중에 꽤 괜찮은 여자가 있다. 남자는 항상 먼저 방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기다림에는 특별한 방도가 없다. 천장을 바라보고 테이블에 야쿠르트를 먹고 담배를 핀다. 슬리퍼가 질질… Continue reading

그녀는 매력적이다

키 180의 그녀는 아주 매력적이게 봐야 한다. 하늘하늘한 긴 롱 원피스를 입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다. 패션에 센스가 있는건지 그냥 모든 옷이 다 잘 어울리는건지 모르겠다. 여태껏 이런 여자는 만나본 적이 없는데 모델이란 직업도 끌린다. 술을 마실수록 돋보이는 건 성격이지만 그래도 관심이 가는 건 180의 여자와 잠자리가 더 끌린다. 180의 여자는 내 얼굴을 여자의… Continue reading

녀석의 애마는 빠르다

“어이~ 잠깐 내려와바!” 딱히 할일 없이 방구석에서 놀던 나와 놀아주기 위해 녀석이 찾아왔다. 문을 열고 계단을 밟고 내려간다. 점집도 아니고 종교단체도 아니고 이상야릇한 3층 집에 오랜만에 손님 기척이 들린다. 그걸 아는 건 어렵지 않다. 이 집 안에는 내 키보다 더 큰 북이 있으니까. 국악이나 이런 공연 같은데서 볼 수 있는 그런 북인데 그런 걸 어떻게… Continue reading

의미없는 대단한 일

커튼에 모기의 그림자가 비친다. 얼른 일어나 거실에 있는 전기 모기채를 가져와 잡았다. 날개를 잡아 휴지에 올린다. 아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을 해준다. “바로 이게 모기야 얘기 피를 빨아 먹어서 너가 가려운거야. 피 보여줄까?” 휴지로 꾹 누른다. 펼쳐진 하얀 휴지에는 피가 묻었다. 사무실에서 일하다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을 간다. 시원하게 볼 일을 본다. 오줌은 있는 힘껏 싸야 기분이 풀린다…. Continue reading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 이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 세상의 냄새가 들어오지 않는 은밀한 골방을 그대는 가졌는가? 그대는 님 맞으려 어디 갔던가? 네거리에던가? 님은 티끌을 싫어해 네거리로는 아니 오시네. 그대는 님 어디다 영접하려나? 화려한 응접실엔가? 님은 손 노릇을 좋아 않아 응접실에는 아니 오시네. 님은 부끄럼이 많으신 님, 남이 보는 줄 아시면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여… Continue reading